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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방북, 그리고 자주외교의 상실 [148]

권종상

주소복사 조회 8516 09.08.04 16:05 신고신고

클린턴 미국 전대통령이 갑작스레 북한을 방문,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군요. 아마 미국은 애초부터 이 카드를 들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서 철저히 포커페이스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겠지요. 졸지에 지금까지 '강경대응' 노래를 불러 왔던 한국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던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로서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이 더욱 가시화되고, 북미 양자회담의 현실적 실현이 이뤄질 듯 합니다.

 

이 회담은 표면적으로는 클린턴의 개인자격 방북이지만, 그가 전 대통령이고 현 미국 국무장관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거의 정상회담급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미국으로서는 두 명의 '인질'을 구하는 것도 급한 일이었겠지요. 지난번 힐러리가 "그들을 추방해 달라"고 말했을 때, 이미 이같은 수순은 결정돼 있었던 듯 합니다. '즉각 석방'의 요구가 아니라 북의 체면을 고려, '추방해 달라'고 요구를 했던 것이니까요.

 

왜, 갑작스레 지금 클린턴의 방북이 이뤄진건가를 묻는 것은 뒷북일 터입니다. 짐작컨대, 꽤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인 듯 하고, 민주당의 전통적인 외교방식으로 볼 때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94년 북핵 위기 이후 카터가, 그리고 2000년엔 메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전격적 방북을 했던 순간부터, 사실 북미관계는 여러 면으로 개선의 기미가 보여 왔지만, 이후 앞뒤 못재는 또라이 부시의 집권으로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뀌어 버리고, 이번에 민주당 집권 이후에도 한국 정치상황이 변하는 바람에 한미공조 역시 깨지고 말았겠지요.

 

사실,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을 받아들인다는 자체가 치욕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으로서는 어디까지나 한국전쟁의 당사자는 북-미였고, 정전협정의 조인 당사자 역시 그 둘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북한은 결국 이번에 클린턴의 방북을 이뤄냄으로서 적어도 외교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한 수 위임을 다시한번 증명해버리고 마는군요.

 

이같은 일련의 위기들이 오기 전, 우리는 정말 자주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민족 내부의 문제로서 풀 기회가 여러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정권 이후 앞뒤 잴 줄 모르는 외교정책 때문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이뤄놓은 모든 가시적 성과가 제로로 돌아가 버리고, 한반도엔 다시 긴장국면이 조성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게 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건 확실합니다. 앞으로 MB 정권이 존속하는 한, 제대로 우리가 주도권 쥐고 평화 군축 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물건너갔습니다. 우리는 다시 미국과 북한의 사이에서 끌려다니게 생겼습니다.

 

이래저래 중국도 한방 뒤통수를 맞은 걸로 생각할 겁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계속해서 북한을 강온 양면으로 압박해 왔습니다. 북한 역시 중국을 예전의 형제국으로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계속해 북한의 붕괴를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 에너지와 식량 등을 지원해왔습니다. 일종의 '투자'였던 셈이죠. 만일 북한이 체제모순으로 붕괴하면 적어도 친중정권이라도 세우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른바 '동북공정'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었죠. 고구려 역사를 중국 변방 역사로 취급함으로서 여차하면 한반도의 북쪽은 원래 중국 땅이었다는 주장을 펼치려 했겠지요.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압박과 줄타기를 통해 체제를 유지해야 했을거고, 결국 미국과의 과감한 협력이라는 카드를 구사하게 된 거겠지요. 이들도 그들 나름의 '보수적 체제 유지'에 혈안이 된 건 남쪽과 마찬가지일테니.

 

북미관계의 개선은 분명히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 정착이라는 면에선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우리의 '자주적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문제입니다. 우리 민족의 문제고, 우리가 역사에 진 빚은 우리가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또다시 한 발자국을 놓침으로서, 우리는 다시 질질 끌려가게 생겼습니다. 비록 그게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해도, 끌려가는 건 끌려가는 겁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때 만들어 놓았던 자주 외교의 발판마저 잃고서 이제 코뚜레까지 꿰게 생겼으니, 밖에서 보고 있자면 정말 갑갑하기 그지없습니다. 하긴, 일국의 대통령이 임기 말의 미국 대통령의 골프 카트 운전해주며 헤헤 웃는 꼴을 보면서 아, 이젠 자주외교 텄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워집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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